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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정보-은퇴]
[은퇴 시리즈] 나는 어림짐작은 딱 질색이니까 (은퇴후 포트폴리오?)

개골개골 | 2024.06.22 14:01:3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제목은 요즘 제가 자주 듣는 (여자)아이들의 곡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에서 가져 왔습니다. 아이돌 노래가 제 나이대에서는 가사도 잘 안들리고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서 좋아하고 싶어도 좋아할 수 없는 그런게 있었는데, 아이들이 이런 곡 내줘서 너무 좋아요. 걸밴드 아이돌 QWER의 곡들 ("고민중독")도 너무 좋아해요.  제 사심을 담은 제목 설정 ㅋㅋㅋ

 

아.... 물론 글의 내용은 그냥 제 생각을 중구난방으로 쓴거라 제목과는 큰 상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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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달에 은퇴 1주년을 맞이해서 10박 11일 일정으로 미국 서부 친구 방문 여행 다녀왔습니다. 하루에 2탕씩 해서 대략 20그룹 정도 마일모아에서 원래 알고 있던 분, 마일모아 온라인에서만 알고 있다가 처음 뵙는 분, 예전 직장 동료 등, 두루두루 뵙고 즐거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한 여행이 아니었고 + 만나 뵌 분들을 게시물에서 언급하는게 실례일 것 같아서, 따로 후기를 올릴 생각이 없었는데요.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비슷한 주제와 고민을 접하게 되어서 한 번 제 생각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너무 복잡한 디테일 (철학적, 통계학적)은 다 생략하고, 은퇴를 가능하면 빨리 하고 싶다는 분이 있다는 가정으로 글을 써볼께요.

 

은퇴는 언제할 수 있나요? The Simplest Version

25x.jpg

"4%의 법칙" 혹은 "25배의 법칙" (사람에 따라서 3.0% ~ 5.0%까지 다양한 베리에이션 있음)으로 대표되는 것 처럼, 내가 앞으로 일년에 얼마 사용할지만 대략 알 수 있다면, 그 annual expense의 20~30배 곱한 금액 만큼 모으면 높은 확률로 은퇴가능. 이 법칙이 정말 훌륭한 점이 두가지 있는데요. 하나는 매우 높은 확률로 해당 법칙이 참이된다라는 점이고, 두번째는 일반인에게 목표로 제시하기에 매우 직관적이고 단순하다라는 점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 많은 조기은퇴 커뮤니티나 블로거 유튜버들이 이 법칙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Expense*25 목표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는거구요.

 

넌 은퇴하고 싶다면서 왜 안하는거니?

이번에 만나뵌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이 Expense*25 목표에 이미 도달하신 분들이었고, 이야기하다보면 일 쉬고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말도 하십니다. (물론 진심에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그 분들에게 왜 은퇴를 안하세요라고 물어보면 대답은 대략 "아이 대학등록금 끝낼때까지는 그래도 일해야죠",  "매달 돈 안들어오면 내가|배우자가 두려워해요" 이 두가지로 모아지는 거 같아요. (그 외에 "일하는게 재미있어요", "일 안하면 할게 없어요", "배우자가 노느니 일이나 하라고 해요"도 꽤 있지만, 그런 분들은 이번 글에서 제외 ㅎㅎㅎ)

 

"아이 대학등록금 끝낼때까지는 그래도 일해야죠" - 는 제 생각에는 완전한 변명을 위한 변명인게, 그냥 목표자산을 "Expense * 25" + "1년 대학등록금/Room/Board * 4"로 하면 되는 일이고, 아이가 엄청난 사립 대학을 안가는 이상은 은퇴를 엄청나게 늦출만한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제 개인의 철학이긴하지만 아이가 비슷한 선택지가 있을 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옵션을 선택한다면 그 trade-off를 부모가 지는게 아니라 아이가 지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구요.)

 

Accumulation Phase // Withdrawal Phase

그러면 나머지 하나는 "매달 돈 안들어오면 내가|배우자가 두려워해요" 이 부분인데요. 전통적인 블로그 (보글헤드 등)에서는 Asset Allocation의 변경을 통해서 "위험자산을 점차적으로 줄이고 cash 비중을 살짝 가져가서 포트폴리오에서 돈을 뽑아 쓴다" 정도로 이야기 되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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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으로는 대충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해보니 구체적인 정보도 많이 부족하고 특히 조기은퇴자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정보는 많이 없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정말로 은퇴에 대한 열망이 있으신 분과 한참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결론은 "난 자산은 충분히 있지만, 그걸 어떻게 매년 $xxx 의 현금으로 만드는지 모르겠다"였습니다. 지금껏 직장생활만 열심히 하신 분이라 들어오는 현금 흐름 안에서 아껴서 생활하고 남는걸 저축하는건 생활화되어 있는 분이셨지만, 가지고 있는 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빼서 쓰는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은퇴한 다른 분들을 보니 많은 분들이, 연금이나 부동산 배당 등 "내가 받기 싫어도 무조건 때되면 돈이 들어오는" cash flow를 선호하신다는걸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원하는게 "편리함 > 최적화"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디테일은 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같은 주식회사라면 배당으로 주는거 보다는 그 돈으로 자사주를 소각해서 capital gain으로 만드는게 개인의 tax planning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거든요. 그럼에도 배당주가 테마를 이루고 선호하는 분들이 매우 많은걸 보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거겠죠.

 

조기은퇴자의 cash flow - 건곤대나이 심법 제 7 장

소싯적 한번쯤 읽어보셨을 김용의 무협소설 의천도룡기에 보면, 주인공 장무기가 명교의 비전 건곤대나이 심법 7장을 익히다가 뭔가 이치에 맞지 않음을 깨닳고 수련을 그만두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유인 즉슨 건곤대나이 심법의 창시자가 내공 부족으로 스스로도 6장까지 밖에 익히지 못하였는데,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론만"으로 7장을 구성하였고 그래서 불완전한 무공이 되어서였죠.

 

조기은퇴 관련된 많은 블로거 유튜버 내용을 보게 되면, 이 건곤대나이 심법 처럼 제1장 (목표설정)부터 6장 (25배 모으기 완료)까지는 비교적 자세하게 매우 이치에 맞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유독 7장 (은퇴후 마음가짐, 은퇴후 cash flow)은 두리뭉실하거나 그냥 큰 주제만 몇개 던져놓고 "자 이제 여러분이 나머지를 채우시면 됩니다"라고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1) 많은 조기은퇴 관련 인플루언서들이 아직 6장 (25배 모으기)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자신도 2-3장 단계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문파를 열고 문하생을 모집하는 격

2) 이미 6장은 넘겼으나, 유튜버/블로거/강연 수입으로 생활의 cash flow가 다른 곳에서 나오고 있어서 6장에 안주해 있다 (진정한 의미로 은퇴를 한건 아니다)

3) 이미 7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명견지수의 마음가짐을 이루어서 속세의 일과는 담을 쌓고 은거했다

 

이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ㅋㅋㅋ

 

조기 은퇴 후 Withdrawal Phase Portfolio 모델링

Withdrawal Phase의 자산 포트폴리오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1) 더 이상의 신규 contribution이 없음 ==> 안전성이 더 중요해진다. 신규 불입으로 리밸런싱 불가.

2) 매년 생활비만큼 cash 인출이 일어난다 ==> 현금인출 때문에 시장 상황 (특히 자산가격 급락) 변화시 포트폴리오가 입는 타격 최소화하는 방법 필요

3) cash 인출 방법에 따라서 내야할 세금이 천차만별

 

1)의 경우 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의 베타를 줄이거나 max drawdown을 낮출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해결을 하구요. 위의 cycle별 asset allocation 그래프에서 나온 것 처럼, 가장 단순한 방법은 주식 비중을 낮추고 그만큼 채권 비중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 툴이 인터넷에 나와 있기 때문에 그걸로 이용해보시면 되구요. 저는 https://portfolioslab.com/ 을 최근에 자주 이용했구요. 인터넷에 검색해보시면 다양한 온라인 툴 많이 있을꺼에요. 단 한가지 주의할 점은 과거의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으므로 너무 특정 주식이나 좁은 섹터에 의존하는 포트폴리오는 구성하시면 안됩니다. 예를들면 2000년도-2018년도 즈음 까지는 어떤 포트폴리오라도 무조건 미국장기채를 집어넣으면 max drawdown이 줄어드는 마법이 펼쳐졌는데요. 하지만 미국연방금리 오르면서 모든 과거 통계가 무용지물이 될 정도로 박살이 나 버렸죠. 지금의 경우는 아마 Nasdaq나 반도체관련 섹션 펀드를 넣으면 무조건 환상적인 구성으로 보이겠지만 1-2년뒤는 누구도 모르는거겠죠.

 

2)의 경우에는 "4%의 법칙"을 기본으로 둔 상태에서, (2.1) 1년이 아니라 3-5년 정도 캐쉬 버퍼를 둬서 시장의 불황이 지나갈때까지 투자 포트폴리오를 건드리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끔 한다던지. (2.2) 지출항목을 "필수지출"과 "선택지출"로 나누어서 시장에 불황이 닥치면 필수지출만 집행하면서 지출%를 유연하게 조절한다던지. (2.3) 시장이 좋을때는 조금더 많이 인출해서 유보금을 쌓아두고, 시장이 안좋을때는 유보금에서 사용한다 던지. 다양한 통계적인 방법론이 나와 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되어 요리할 때 라디오 마냥 틀어놓는 유튜버 "부유한책방" 이라는 채널이 있는데요. 거기에서 정리한 유연하게 은퇴 포트폴리오에서 돈을 뽑아 쓰는 법을 담은 영상을 하나 링크할께요: 하락장 걱정없이 주식투자금에서, 평생 마르지않는 생활비 쓰는 '4퍼센트법칙' 완벽 플랜!

 

3)이 지금 저를 제일 머리 아프게 하는 파트인데요. 이전 포스트 [은퇴 시리즈] 2023년을 정리하며 : 정속 주행중 에서도 잠깐 언급했는데, 연금/부동산/배당이면 내가 받기 싫어도 돈이 나올테니 세금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더라도 일단 돈은 받고, 거기서 부터 어떻게 하면 더 돈을 유용하게 굴릴지 결정할 수 있으니 큰 산(?)을 하나 넘은 느낌인데, 그런거 없이 처음 돈을 $0부터 빼내오는거 부터 시작하면 귀찮기도하고 제대로 잘 하기도 어려워지는거 같습니다.

 

예를들면 "1년에 $100,000이 필요하니 지금 포트폴리오에서 적절히 세금 적게 내면서 뽑아와봐"라는 일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멈춰 있는 상태에서는 Source별로 얼마를 빼면 세금이 얼마인지가 명확하게 나오기 때문에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결정이 40-50년 기준으로 봐서도 올바른 결정일까요? Taxable Account에서 펀드를 팔면 일정 금액은 원금(세금x)이고 나머지가 양도소득(세금o)일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가 올라서 양도소득 부분이 커져서 같은 돈을 뽑더라도 세금구성이 달라질 것이구요. Traditional IRA는 두면 둘 수록 복리로 자본이 불어나서 나중에 인출할때 그만큼 세금도 많을꺼구요, 상속도 되게 애매하구요. 그렇다고 Roth IRA를 사수해야겠다고 upfront로 세금내면서 Taxable과 Traditional IRA에서 돈 뽑아썼더니만 지나보니 자산 규모에 비해서 안내도 되는 세금만 미리 왕창 낸 꼴이된다던지. 너무 많은 시나리오들이 있구요. 문제는 그 무엇하나 확실한거는 없고 가정(=어림짐작)을 통해서 모델링을 해야되고 결과는 내가 죽는 날에 비로소 알 수 있다는 점이 되겠네요.

 

그래도 제가 생각하는 rule of thumb은 a) 선택권이 있다면 Roth IRA는 건드리지 말고 Traditional IRA ==> Taxable Account ==> Roth IRA 순으로 출금해서 Roth IRA를 최대한 남기자. b) 나중에 세금을 왕창내게 된다면, 그건 내가 돈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 잘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돈이 있다) 기쁜마음으로 세금 내자 정도인거 같네요 ㄷㄷㄷ

 

위와 같이 세가지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사실 이 모든 문제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withdrawal portfolio는 은퇴전에 구성이 끝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람이란 시행착오를 하기 마련이고, 투자환경이나 세법 등이 매년 바뀌므로 그때마다 포트폴리오 변경을 해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은퇴후에는 이런 변경이 힘들거나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예를들면 Taxable Account를 리밸런싱할때는 일반적으로 신규 불입을 통해서 해결합니다. 왜냐하면 리밸런싱하려고 가지고 있는걸 팔면 그것만으로도 세금을 내야되기 때문이죠. Taxable Account는 묵히면 묵힐수록 capital gain이 커지기 때문에 뒤로 갈 수록 더더욱 리밸런싱이 힘들어집니다. Accumulation Phase라면 혹시나 진짜로 필요하다면 본업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세금을 내버리고 해결을 할 수도 있지만, 은퇴후에는 그렇게 하지도 못합니다. 은퇴하는 시점에 이미 Taxable Account의 자산 구성이 미래의 자금 인출 계획에 맞춰서 alignment가 다 끝나 있어야 합니다. 은퇴계좌에 돈을 넣고 싶다고 해도 은퇴후에는 earned income이 없어서 추가 불입이 불가능하구요. Traditoinal IRA와 Roth IRA에 들어 있는 돈의 비율도 은퇴 시점에는 이미 원하는 비율과 규모로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Traditional IRA를 Roth IRA로 컨버젼할 수는 있지만, 세금을 내면서 해야하는 부분이라서 이것도 출금 계획의 일부로 이미 계획되어 있어야하구요.

 

저는 이미 은퇴 해버려서 이젠 어떻게 할 수도 없지만 이번생은 글럿어, 조기은퇴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이론상"이나마 다른분들이 해놓으신 건곤대나이 심법 제7장 많이 공부해보시고 모델링도 해보시면서 미리부터 포트폴리오 조정을 잘 해 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주저리 주저리 글을 썼는데... 대충 떠오르는 이야기는 다 쓴거 같네요 ^^ 다시 한 번

바쁘신데 만나주신 서부지역 마일모아 회원님들 감사드리고, 다음에 또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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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 이번 친구방문 여행에서 몇 번 나왔던 다른 주제에서 단편적으로 꼭지를 따봤습니다.

 

난 흙수저라 이번 생은 틀린거 같아요

주로 막 사회에 첫발을 딛은 사회 초년생 분들이 하시는 푸념인데요. 저와는 세대도 많이 다르고, 삶이라는게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냥 적당히 흘려넘기는 주제이기도 한데요. 많이 하시는 이야기가, 어차피 생활비 하고 나서 돈 모아 봐야 아주 큰 돈도 아니고 그걸로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한다고 해도 크게 불어나는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아낌없이 쓰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요.

compound-interest.png

이게 복리의 마법 이야기할 때 나오는 그래프죠. "꾸준히 Principal"을 쌓아나가다 보면 자산이 기하급수로 오른다, 이런걸 보여주는 그래프인데요. 여기서 알아야 하는 더 중요한 사실은 "Principal이 큰 일을 하고 폭발적으로 돈이 돈을 벌기 시작하는 시기가 오기까지는 정말 아무 변화도 안 일어나고 견디기 힘들다"라는 점이죠. 그리고 문제는 이 그래프의 카운트는 내가 그 작은 돈을 힘들더라도 꾸준하게 모아야만 비로소 앞으로 굴러간다는 점이죠. 주변에 전통적인 저축+투자로 돈을 모은 경험이 있으신 분은 하나같이 말씀하십니다. $0에서 $100,000 가는 시간보다 $100,000이 $500,000 가는 시간이 더 적게 걸리더라. 이건 돈을 크게 모아보신 분이면 100이면 100 거의 다 경험해보신 이야기입니다만, 아무래도 출발지점에 서계신 $0에 있는 분에게 10-20년 뒤의 일에 확신을 주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겠죠.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ㅋㅋㅋ

 

매달 월급이 안들어온다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요

때가 되면 지정된 계좌로 돈이 째깍 입금되고, 그 돈으로 생활하는게 직장인에게는 너무 익숙한데요. 그런 생활을 하다가 한 번에 은퇴의 생활로 들어서기는 심리적/습관적으로도 쉬운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그래서 은퇴 2년전부터 실험의 일환으로 지금도 계속 유지하고 있는건데요, 별도의 계좌를 만들어서 1년 예상 지출액을 넣어둡니다. 그리고 모든 비용은 다 그쪽에서만 나가도록 설정을 해둡니다. 그러니까 이 계좌는 1월1일에 1년 생활비가 딱 들어오고 그 다음부터는 지출만 주구장창 일어나는거죠. 그리고 간단한 스프레드쉬트를 만들어서 각 월별로 계좌 예상 잔액을 기입하고 (프라퍼티 택스, 보험료 등 특히 돈이 많이 나가는 달이 생깁니다) 실제 월말에 얼마가 남았는지 비교해봅니다. 엄청 디테일하게 지출을 관리할 필요는 없고, 내가 생각한 나의 1년 생활비와 실제 지출 패턴이 비슷한지 확인해 보는거죠. 이게 마치 모래시계에서 모래알이 떨어지듯이 점점 비어가는 계좌잔고를 보면 의외의 쫄깃함과 "아, 내가 은퇴해서 돈을 쓰면 어떤 느낌이겠구나"라는 간접체험이 꽤나 강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보면서 실제 나의 1년 지출이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도 되고, 은퇴 후 돈 쓰는게 어떤 기분인지 간접 경험도 할 수 있고 좋은거 같아요. 실제로 은퇴후에는 스프레드시트를 체크하면서 불필요한 과소비를 억제하는 효과도 약간은 생기게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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