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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정보-은퇴]
채권이 risk-free가 아니라고요? - 채권 포트폴리오에 대한 생각의 진화

luminis | 2024.07.07 07:53:1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들어가면서

이 글은 은퇴자산이 인덱스펀드를 기반으로 한 금융 포트폴리오에 있고 자산 규모도 “적당히” 있을 뿐인 직장인 투자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임을 밝히면서 시작합니다. 제가 은퇴준비를 시작한 초기에는 나름 책이나 블로그를 통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Asset Allocation (AA), 즉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적당히 정해서 투자를 했는데요, FI 목표를 달성하고 어느 정도 은퇴준비가 된 지금 되돌아 보니 제가 처음 채권에 대한 지식이 많이 모자랐던 것이 생각이 나서 글을 써봅니다. 주식 시장에 대한 지식도 미천하긴 하지만 그 당시엔 채권펀드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고 가격은 어떻게 책정이 되는지 전혀 무지했거든요.

 

(1) 은퇴준비 초기 - 나이를 바탕으로 한 glide path

처음에 투자를 시작했을 때 책에서 배운대로 자신의 risk tolerance 정도나 나이를 바탕으로 하는 glide path를 토대로 채권의 비율을 나름대로 정해서 total market bond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약 15년 전 제가 본격적으로 은퇴준비를 하면서 작성한 Investment Policy Statement (IPS)를 보면 그 당시 제가 따른 glide path는 120-나이=주식% 으로 은퇴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 수록 채권 비율을 높이다가 주식:채권비율이 60:40이 되면 은퇴기간동안 그 비율을 고정하는 것으로 계획을 했습니다. 이 때 채권은 total bond market mutual fund를 이용했고, 늘 채권은 401k 같은 은퇴구좌 안에서만 구매를 했습니다. 책에서 배운대로 리밸런싱도 매 해마다 해주었는데요, 특히 주식시장이 안좋을 때 채권펀드를 주식펀드로 옮겨 틈틈히 업사이드 포텐셜을 높여준 것은 이후 자산성장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AA와 리밸런싱에 대해서는 몇 년전에 도코님이 써주신 고전과도 같은 글이 있습니다 (https://www.milemoa.com/bbs/board/6117333, https://www.milemoa.com/bbs/board/7126794).

 

(2) 은퇴준비 중기 - 채권 포트폴리오의 재고

은퇴가능 시기가 5년 이내로 다가왔다고 느꼈을 때 제가 작성해 둔 IPS에 따라 본격적으로 decumulation strategy 전략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제가 보유한 채권이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고 가격은 어떻게 책정이 되는지 더 깊이 공부를 했는데요, 그 때 처음으로 채권 가격이 주식 가격과 negative correlation이 있는 것은 채권의 고유한 성질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그럴 뿐이다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 때까진 저는 채권은 가격 변동이 비교적 적고 안전한 자산이라고만 어렴풋이 이해를 하고 있었거든요. 소위 interest rate risk 와 inflation risk가 있다는 것도 처음으로 알게되었고 그 리스크는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부끄럽게도 그 때까지는 제가 가진 채권펀드의 평균 duration도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 당시 팬데믹으로 인한 부양책으로 돈이 많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새로 얻은 채권펀드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은퇴구좌에 있던 total market bond fund를 모두 일단 인플레이션에 둔감한 단기 재무부 채권으로 바꾸었습니다. 제 IPS 원칙에 거스르는 마켓타이밍을 한 셈이지만 그 덕분에 2년전 채권펀드 가격의 폭락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3) 현재생각 - glide path 모델의 재고

은퇴준비 할 때 accumulation 단계에서는 어떻게 하면 자산을 빨리, 많이 모을지에만 신경을 쓰면 되지만 일단 은퇴를 하고 정기적인 수입이 끊기게 되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어떻게 최적화하여 걱정없이 오래동안 꺼내 쓸 수 있을지 여러 방면으로 신경을 써야하는 것 같습니다. 막 은퇴를 하고 바로 불경기가 와도 1-2년이면 어떻게 버티겠지만 불경기가 길어지면 줄어든 포트폴리오에서 생활비를 인출할 때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한, 소위 sequence of return 리스크에 대해서 이전에 바드님이 글을 올리신 적이 있죠 (https://www.milemoa.com/bbs/board/9058518). 특히나 조기 은퇴자의 경우 은퇴를 하고 나면 소셜연금을 받기 전까지 경우에 따라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생활비용을 안정적으로 커버해야 합니다. 저는 sequence of return risk 에대한 대책으로, 즉 이 필수 생활비를 경기에 상관없이 조달하기 위해서 bond ladder 채권사다리를 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전략은 일종의 Liability Matching Portfolio (이하 LMP)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LMP는 간단히 설명하면 은퇴중에 지출이 필요할 때 걱정없이 빼서 쓸 수 있도록 채권과 같은 안전한 자산에 미리 투자를 하되, 그 투자 액수와 투자의 만기 시점을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매칭하는 것입니다. 제 계획은 비탄력적인 기본생활비 만큼만 LMP에서 나오도록 구성하고, “nice-to-have”에 해당하는 여가비용은 나머지 포트폴리오에서 뽑되 경제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인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discretionary expense 부분은 제가 LMP에 넣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모든 생활비를 LMP에 포함시키면 전체 포트폴리오가 너무 보수적이 되어서 경기가 좋을 때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upside potential이 감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LMP.jpg

이 LMP의 일환으로 저는 얼마전 401k 계좌에 있던 재무부 단기채권을 BrokerageLink로 빼서 TIPS ladder 형태로 변경을 시켰습니다. 택서블 계좌에도 I-bond와 재무부 채권으로 “보조” 사다리를 만들어서 인출시 세금효과를 다변화시켰습니다. 여기서 TIPS는 펀드가 아니고 만기일이 정해져 있는 individual TIPS 를 말합니다. 만기일이 없는 펀드형 TIPS는 이자율에 따른 가격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 전략에는 맞지 않습니다. 제가 TIPS ladder를 만들 때 도움을 받은 자료는 TIPS ladder builder (https://www.tipsladder.com)와 TIPS watch (https://tipswatch.com)입니다.

 

이렇게 제 포트폴리오 내에서 채권이 할 역할이 확실해지니 제가 얼마나 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도 좀 더 명확해졌습니다. 제 경우는 원래 나이에 따른 glide path로 하면 현재 채권비율이 35% 가까이 되어야 하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더 적게 유지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후에 소셜연금 지급이 시작되서 기본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게되더라도 최소 5년치의 기본생활비를 커버할 수 있는 금액은 채권으로 유지할 계획입니다. 결론적으로 제 채권 포트폴리오는 더이상 glide path를 따르지 않고 기본생활비와 자금이 필요한 햇수를 바탕으로 결정된 fixed amount 모델을 따르게 된 셈입니다.

 

마치면서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의 역할은 리스크의 분산이다라고 많이 얘기하지요. 그런데 자산의 축적단계에서는 오히려 자산이 상승하는데 걸림돌 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은퇴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각자 자신의 위험감당능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찾되 채권 보유량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 주식 포트폴리오는 꾸준히 VTSAX, VTI로 모아왔는데 채권 포트폴리오는 구성 채권에 대한 지식의 부족 때문에 의도치 않게 위처럼 몇번의 전략의 변화가 있었네요. 지금 한창 자산을 축적하시는 분들은 자기가 구매하는 자산에 대한 적당한 이해를 하고 계신게 좋을 것 같아요.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고 또 “Nobody knows nothing”이란 말도 있지만 적어도 거시경제의 흐름에 따라 그 자산이 대체적으로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고 있어야 더 견고한 은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투자성향에 따라서 다른 접근법, 예를 들어 부동산등의 다른 패시브인컴이나 glide path 접근법이 맞는 분들도 있을테고 100% 주식이 더 잘 맞는 분들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LMP 접근법에 관심이 있거나 이미 쓰시는 분들이 있다면 경험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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