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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4

사리, 2015-05-17 14: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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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늦은 밤. 

우리는 마당에서 숯불을 켜 놓고는

제주산 소고기 등심과 살치살로 스테이크를 해먹으면서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사온 김치맛에 황홀해 하였다. 


토요일 꼭두새벽같이 일어나

신비의 사랑이라는 로스팅 집에서 사온

갓볶은 커피로 한잔 꺾고 잠을 던지고는

성산 일출봉으로 향했다. 

삼나무 숲길로 드라이브하기에 최고인

사려니숲길 앞을 지나면서 기분은 히말라야였다. 


성산에 있는 맛나식당에서 대기표를 받고

마을에 있는 성당으로 갔다. 

아마 제주에 있는 성당 중에 가장 멋진 성당일 거다.

이 성당 정원도 단촐하고 멋지고

이곳에서 보는 일출봉도 굉장하다. 


갈치 조림을 감격하며 먹고는

우리는 갑자기 "우도나 가볼래?"하고는 성산항으로 갔다. 

대학 때 가족끼리 왔을 때 갔었으니

10년만인 것 같았다. 

우도를 그렇게 한바퀴 삥 돌면서 멋있는 곳이 있으면 차를 세우고는

주변을 쭐래쭐래 걸어다녔다. 

세시간 정도를 그렇게 돌았다.


다시 성산항으로 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길. 

시내인 연동으로 들어가는데

차와 사람이 정신 사납다. 


빨간불. 

운전에 아직 서투른 친구가 신호를 보지 못했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야! 야! 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 친구, 속도는 줄이지 않고 밝디 밝은 목소리로 "왜~"라고 대답한다.

"빨간 부울!!!!"이라고 외치고

"아악!" 하며 브레이크를 잡는 찰나,

파란불 받고 달려나오던 차에 그대로 쾅! 


에어백이 터지고 운전자는 정신을 잠시 잃었다. 

연기가 풀풀 나고 차 바닥으로는 부동액이 흘러나오는 것 같고,

내쪽 출입구는 막혀있고, 

곧 차가 터질 것 같다는 공포가 들었다. 

정신 나간 녀석을 흔들어서 차문 밖으로 내보내고 

가방을 챙기고 시동을 끄고 대피. 


길바닥은 아수라장이 되어있다. 

차는 반파되었고,

상대편 차도 운전석쪽이 완전 나갔는데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자동차 보험을 부르고

경찰이 오고...

자동차 공업소에 견인해 가고... 

월요일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아마 폐차 시켜야 할 거라고 한다.


다행히 피해 운전자 아저씨는 참으로 괜찮은 사람. 

크게 다친데 없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 녀석 가슴팍이 아프다고 해서

응급실로 가서 엑스레이 찍고.

다행히 별 이상 없단다. 

내 쪽이 훨씬 더 찌그러졌고

지는 에어백도 터졌는데

왜 지가 아프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ㅎㅎ

정말 사고가 날 때에는 속으로

"이렇게 죽는 거구나.." 싶었다. 


렌트카도 아니고 다른 친구차인데...

수습을 어떻게 해야하고

돈이 얼마나 깨질 것인지 계산이 복잡했다. 


몸도 뻐근하고 해서

그 프라이빗 타운의 온천으로 갔는데

세상에 그렇게 좋은 온천일 줄이야... 

물이 아주... 게다가 사람도 없고...

시설도 훌륭하고... 


근데 온천물에 푹 담그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속에 복잡한 계산과 처리 과정을 싸그리 사라지고

한 사람 다치거나 저 세상 간 것 없이

이렇게 있는게 갑자기 너무 다행이구나,

온천물 사이사이로 그 감정이 뼈저리게 깨우쳐지더군요. 

돈이나 물건은 어떻게든 회복을 시키면 되는 거니까요. 


만약 한 사람이 치명적으로 다쳐서 

평생 장애를 짊어지고 가게 된다면,

아마 건강도 잃고 친구도 잃었을 거에요.

대게의 경우, 상대방은 자기가 한 거라고 생각해서

미안함과 죄책감에 거리를 두게 되고,

당사자는 상대방 보면서 

원망도 들고 또 사고 생각도 계속 나고,

좀 괜찮아졌을 때는 상대방이 거리를 두니깐

또 거리를 두게 되고... 

아이 유괴당한 부부가 대부분 이혼으로 귀결되듯

큰 사건을 겪고 난 다음에는 

아무리 좋은 관계여도 버텨내기 힘드니까요. 


그래서 온천물에서 갑자기

천만 다행이다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주루룩.

"둘다 아니 모두다 이렇게 멀쩡해서 다행이다"하고는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25CM 이상 간격을 두고는!!!)

 양손을 서로 등에 두고 토닥토닥. 

노천탕 밖으로 노을이 지대요. 


사과야 진심으로 하면 되고

수습도 하면 되는 일들이니까요. 

그냥 복잡하고 머리아프다고 생각 안하기로... 


다행히 피해자 아저씨는

이것도 인연인데 만나서 같이 밥이나 묵자고 하시네요. 

친구는 밤늦게까지 그 아저씨랑

문자로 채팅 하고 있었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다 하고 있대요 ㅎ


일요일,

아침을 간단히 해 먹고 집앞 산책로를 걷고

갑자기 송악산 한바퀴 돌고 싶어서

그대로 송악산으로 가서 산위를 한바퀴 걸어서 돌고

그 앞에 밀면집으로 가서 밀면을 먹고,

그제서야 생각해보니 

잠옷 바람에 머리가 뻗친 상태로 

오후 4시까지 그러고 돌아다닌 거였습니다. 

눈꼽도 아직 눈두덩이에 다 붙어있고;;;

동네 바보 두마리가 주말 맞이 사람 구경 다니는 것처럼

그런 행색이길래... 

다시 그 온천으로 가서 씻었습니다.


친구는 출근해야해서 서울로 갔고

저도 서울로 갔어야 했는데

사고 수습하느냐 남아서 이렇게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그런 월요일 아침입니다

사진.JPG


20 댓글

빛망울

2015-05-17 15:08:53

아무도 크게 다친 분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일면식도 없이 글로만 뵙지만 반가운 맘에 로긴 했네요

항상고점매수

2015-05-17 15:09:55

안다치셔서 천만 다행입니다..... 

마일모아

2015-05-17 15:34:42

어우.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몸조리 잘 하시구요. 

최선

2015-05-17 15:54:41

천만다행이에요. 정말로 안다치면 그걸로 큰 감사죠 몸 조리 잘하세요.

열공맘

2015-05-17 17:13:59

정말... 다행이네요.... 

흔히 교통사고 한참 후에 후유증이 생기기도 한다든데 무리하지 마시고

하나밖에 없는 몸 잘 챙기세요.


쌍둥빠

2015-05-17 17:20:26

고생하셨습니다.
몸 잘 추스리시고 마음도 잘 추스리시기 바랍니다.

세라비

2015-05-17 19:14:51

큰 일 당하셨네요. 그래도 아무도 다치시지 않은 게 다행이구요. 남은 일들도 잘 처리되길 바래요.

무지렁이

2015-05-17 22:14:03

어이쿠 큰일날 뻔 했네요.
그래도 좀 진정되면 카이로프랙터 한번 만나보심이...

+ 25cm는 좀 오버이신 듯... =3=3===333

사리

2015-05-19 17:37:59

25cm 이상은 필요합니다. 꼭. 

혈자

2015-05-18 08:05:56

무엇보다 먼저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얼마나 놀라셨으면 '했다' 체에서 '했어요. 했습니다'체로 급 전환 ㅜㅡㅜ

사리

2015-05-19 17:38:46

도중에 쓰다가 화장실 다녀오면 꼭 이런 문제가 ㅠ.ㅠ

바꿀까 했는데 그냥 올리기로 했습죠 ㅎ 예리하셔라!

어메이징

2015-05-18 08:22:59

아무도 안다쳐서 너무너무 다행이예요..

후유증이 있을지 모르니 몸조리 잘 하세요!

좀이

2015-05-19 03:12:19

큰 일 날 뻔 하셨네요.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운전자석 에어백이 터지면 많이 아프답니다. 저희 어머니가 예전에 급발진 사고로 운전석 에어백을 받았는데 가슴 전반에 다 멍이 드셨더랬어요. 아무튼 오랜 여행부터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간 글 열심히 읽고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언제 서울 오시면 식사 한 번 대접하고 싶네요.

사리

2015-05-19 16:28:17

적금 들어놔주세요 ㅎ

좀이

2015-05-19 18:01:51

네... ㅎㅎ 빈말 아니니 오시면 연락 주세요. 신촌 지역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사리

2015-05-19 22:26:14

헐... 저 어제도 세브란스에서 세시간 정도 있었는데 ㅠㅠ

오대리햇반

2015-05-19 04:33:31

정말 천만 다행이네요.
따뜻한 물에 몸을 계속 지지면서 놀란 몸과 마음을 회복하시길 바래요.

Hakunamatata

2015-05-19 05:38:27

평소처럼 사리님글을 어떤 씐나는 일을 또 하셨을려나~~하고 읽다가 깜짝놀랐네요!!! 진짜 다행입니다. 네..!! 몸도 마음도 잘 회복될 수 있게 며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고 쉬실 수 있길 바랍니다.

몸조리 잘 하셔야해요!!

sugarapple

2015-05-19 16:35:29

저도 예전에 운전석서 에어백 터졌는데 턱이 쓸려서 다 까진적이 있어요. 다른덴 멀쩡했는데도 그 충격이 참으로 엄청나더라는. 다치신분이 아무도 없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제주도에서 은근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한국 식구들이 말려서 전에 우리 가족이 놀러갔을때는 그냥 택시 대절해서 놀았던 기억이 새롭네요. 

바다사랑

2015-05-19 16:48:29

정말 천만 다행이에요! 그리고 마음 잘 가라앉히셨다니 좋으네요.  남은 일정 잘 마치시구요, 서을 오셔서 시간되시면 식사한번 같이해요, 들판님 대신해서 제가 밥한번 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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