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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

오하이오, 2019-03-26 12: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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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broom_01.jpg

제법 봄 기운 완연했던 주말, 그제서야 손 좀 보자고 빗자루를 바닥에 뉘었다.

 

0326broom_02.jpg

걸어 두고 쓰던 빗자루의 손잡이 고리가 부러지면서 한동안 구석에 세워두어 왔다.

 

0326broom_03.jpg

1년 6개월여 전 새로 산 빗자루가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쓰던 것과 자루 길이가 달라 불편했다.

 

0326broom_04.jpg

새 빗자루를 뜯어 쓰던 비의 자루로 바꿔 달았다.

 

0326broom_05.jpg

헌 자루와 맞춰지지 않는 비를 테이프를 감고 볼트로 조일 때 아버지가 떠 올랐다.   

 

0326broom_06.jpg

싸리를 꺽어 헤진 싸리비를 수선하시던 아버지가 흐릿하게 보였다.  

 

0326broom_07.jpg

뱅글뱅글 돌아가는 고리를 벽에 맞춰 뻑뻑한 새 빗자루를 걸어두고 흐믓하게 쳐다 봤다.

 

0326broom_08.jpg

새 비가 헌 비 되고 손에도 익었을 때 돌아가던 고리가 부러졌다.  

 

0326broom_09.jpg

깁스하듯 지지대를 대고 테이프를 감아 단단하게 붙였다. 이제 고리를 돌리지는 못한다.

 

0326broom_10.jpg

이번에도 빗자루를 걸고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도 그랬다. 그런 모습이 참 궁상맞았는데, 이제서야 그 심정 알게 됐다. 

 

33 댓글

그럼저도...

2019-03-26 12:47:57

못하는 게 없으신 오하이오님 존경합니다~

저는 똥손이라...^^

오하이오

2019-03-26 13:16:52

하하 감사합니다. 할줄 아는 것만 올리다 보니 그리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좀 미안해지네요.

요리대장

2019-03-26 12:53:33

미소가 지어지는 궁상이네요.

 

물론 방점은 미소에 있습니다.^-^;

오하이오

2019-03-26 13:17:49

예전 제가 그랬듯이 누구에게나 미소가 지어지는 건 아닌것 같습니다^^

네모냥

2019-03-26 13:12:10

아버지가 떠올랐다 - 에서 뭉클하고 갑니다ㅠ

오하이오

2019-03-26 13:19:24

그러셨군요. 전 점점 일상에서 아버지 모습이 많이 겹쳐지네요.

마당쇠

2019-03-26 13:57:49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빗자루 !

오하이오

2019-03-26 16:25:56

하하, 처음엔 무슨이윤가 싶었습니다. 

유저공이

2019-03-26 23:02:01

저도 2초 동안 왜? 하다 닉네임 보고 빵 터졌습니다

오하이오

2019-03-27 07:09:04

저는 2초를 훌쩍 넘겼습니다. ㅠㅠ

맥주는블루문

2019-03-26 15:37:22

참 사람이라는게 날 때부터 이렇게 설계된 거겠죠. 나이를 먹고 누군가의 위치가 되어야 이해를 하고 수긍을하고. 물론 나쁜 예로는 "내가 선배가 되어보니 왜 그랬는지 알겠다" 같은 거겠지만 저도 가끔 아직 작은 날 안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옛 사진을 보면, 이 때 아버지 나이가 지금의 나보다 어렸네.. 하면서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저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성격을 그대로 닮았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마다 놀라면서도 이제서야 그때의 아버지를 이해하기도 합니다. 

오하이오

2019-03-26 16:31:24

글쎄요. 설계란게 어떤걸지. 흔히들 하는 말로 "사람이란게 원래 그래"라고 한다면 그렇게 설계가 됐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는데요. 어찌됐던 사람이 비슷한 과정을 겪고 살면서 공감도 하고 정이 드는 것도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저는 대학교 1학년때 돌아가신 아버님과 그럴 기회와 시간이 많지는 않은게 좀 아쉽습니다. 

똥칠이

2019-03-26 17:20:17

정겨운 포스팅 감사합니다

저도 나이드니까 자꾸 뭘 고쳐서 쓰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돼요

 

읽다가 문득 든 딴생각인데요. 

"싸리를 꺽어 헤진 싸리비를 수선하시던 아버지가 흐릿하게 보였다." <-- 우리 애가 이 문장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ㅎㅎㅎ 

교포 한국말을 더듬거리며 하는 저희 애한테 가끔 한국 뉴스 한꼭지를 (아이가 관심있어할만한 기사로) 들려주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냐고 듣기평가를 해봅니다. 

두번 들려주고 설명까지 다 해줘도 100% 이해하는 거 같진 않더라고요 

오하이오

2019-03-26 20:41:17

저는 정든 물건 버리는게 점점 더 힘들어져서 그렇게 되는거 같더라고요. 

 

저도 아이들 한국말 교육이 여러모로 걱정이 듭니다. 쓰고 보니 그렇네요. 혹시라도 영어로 옮기면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쉬을 것 같지는 않네요. 저는 큰거 바라진 않고 그저 나이들어서도 지금 처럼 아이들과 한국말로 소통하는 정도면 만족스럽긴 한데 그것도 어떨지 모르겠어요. 

monk

2019-03-26 17:51:20

문득.....완전 문과 울 아빠는.....집안에서 암껏도 안하시던.... 그 흔한 전구 하나도 안갈으셨는데.... 근데 그 모습 조차도 아련하게 그립네요. 

오하이오님의 빗자루 사진과 글을 보면서 갑자기 울아빠가 그리워지는 건 또 뭔지... 그러면서 또 울컥해지는 건... 항상 잠자는 감성 깨워주시는 오하이오님, 감사~!!^^

오하이오

2019-03-26 20:45:50

아빠라는 말이 참 부럽네요. 그 말 하나로 어린 시절 아버님과의 관계가 잘 그려지는 것 같아요. 저는 아버지가 엄한 편이어서 그렇게 불러 보질 못했습니다. 주변에서 아빠라고 부르는 친구들이 어찌나 부럽던지요. 그래선지 아이들이 저를 그렇게 부를 때는 남들과 다른 뿌듯함이 있기도 했어요. 요즘은 돌아가신 아버님과 경쟁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네요. 

서울

2019-03-26 20:34:16

나이가 들어가니 ?? 소소하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일상이 옛날을 생각나게해서 그런지 잠깐 뭉쿨하게하네요. 지금은 있어야할 자리에 없고 떠난사람들도 그리워지고 좀 센치해집니다. 오늘 많이 수다스러워지는하루입니다. 오하이오님 일상이 많이 와닿는건 지나온 시간이 비슷한게 있어 그런것 같기도하구요. 감사합니다.

오하이오

2019-03-26 20:50:14

저만해도 떠나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는가 싶더니 요즘은 심심찮게 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겨울과 봄을 맞을 이즈음 유난히 상가에 많이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좀 우습긴 하지만 이제는 나도 준비해야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울해지 않고 오히려 하루하루가 고맙게 느껴질 때가 많더라고요. 지나온 시간이 비슷하다는 말씀, 왠지 뿌듯하달까 위로가 된달까 그럼 느낌이 드네요. 기억에는 생활 반경도 같지 않았나 싶어요. 

사랑니

2019-03-26 21:15:16

엄마가 저희 아빠는 늘 뭘 테잎으로 덕지덕지 붙이고 동네 공구상에 가서 아저씨랑 얘기 오래 나누시는 것도 참 궁상스럽다고 싫어 하셨었는데, 얼마전에 잠시 저희집에 들르셨을때 이제는 뭐 떨어지면 붙여줄 남편이 없다고 아쉬워 하시더군요. 재작년쯤인가 싸이월드에서 아빠의 사진을 보다가 소리내어서 아빠 아빠 아빠 하고 불러봤는데, 그렇게 안 불러본지가 20년이 다 되어서 그런가 제 귀에 들리는 그 소리가 참 어색하고 눈물만 나더군요.

오하이오

2019-03-27 06:53:14

어머님 말씀이 어떤건지 이해가 좀 됩니다. 한국에 가면 제 어머니께서 지나가는 소리로 이렇게 저렇게 아버지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특히나 절 보면서 생각이 많이 나시는지 비교 말씀도 종종 하시고요. 어느 순간 부터는 평생을 다투기만 하시면서 사신 것 같은데, 좀 놀랍기도 했고요. 그러고 보니 그게 부부구나 하고 깨달은 것도 그리 오래전이 아니네요. 

Monica

2019-03-26 22:12:47

전 또 남의집 무단침입해서 비자루란 비자루 사진 다 찍어 오신줄.  ㅋㅋㅋ

오하이오

2019-03-27 06:55:45

하하. 그럴 수도 있었겠네요. 그런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빗자루(Broom) 쓰시는 분 보기는 힘든 것 같아요. 여긴 그냥 다 날려 버리더라고요.

shilph

2019-03-26 22:30:02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가 봅니다 ㅎㅎㅎ 애 키워야 부모마음 안다더니, 그말이 정답같아요

오하이오

2019-03-27 07:01:04

그 말이 어떤 뜻인지는 이해는 하지만 '정답' 같지는 않아요. 제가 최고의 어른으로 존경하는 분들 중엔 신부님도 스님도 계시거든요. 반대로 자식 키우면서 저러나 싶은 부모도 흔히 보네요.

shilph

2019-03-27 07:56:06

케바케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저야 그냥 흔한 범부라, 범부의 일 정도 밖에 못 걸어서 말이지요 ㅎㅎㅎㅎ

일타쌍피

2019-03-26 22:42:48

.

오하이오

2019-03-27 07:02:44

일타쌍피님도 그러셨구나 했습니다. 공감 감사합니다. 

TheBostonian

2019-03-26 22:51:17

가슴 뭉클해 집니다...

참 이런 생각 들때마다.. 곁에서 함께 시간 보내지 않고 멀리 나와서 뭐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탄스럽기만 합니다..

(오하이오님께는 이마저도 사치로 들리실 수 있을 것 같아 죄송합니다..ㅠ)

오하이오

2019-03-27 07:06:37

사치라니요. 저도 아직 홀어머니와 장인 장모님이 한국에 계셔서 어떤 말쓰인지 싶분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조금 편해지긴 했습니다만 아이들이 서넛 너댓이던 몇해전만 해도 한참 귀여운 모습 보여드리면서 함께 하지 못해 특히나 딱 그심정이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비슷한 심정이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Coffee

2019-03-26 23:44:57

역시 믿고보는 오하이오님. 

오하이오

2019-03-27 07:07:10

감사합니다.

키키

2019-03-27 01:38:00

오하이오님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오하이오

2019-03-27 07:07:51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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