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eMoa
Search
×

드라마 -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후지어, 2019-08-19 01:16:34

조회 수
984
추천 수
0

싸구려이지만은 않은 불륜 이야기

동네 편의점에 불이 나는 것으로 드라마는 시작합니다. 내 마음 속의 불이지요. 잔잔하던 일상에 불을 지를 누군가를 만나고 결국 잿더미가 되고야 말 우리의 주인공들.
지은과 창국은 자식은 없이 사랑이, 믿음이 라는 이름을 가진 두 애완조를 기르며 사는 젊은 부부입니다. 어느 날 사랑이는 창 밖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사랑없이 믿음만으로 유지되는 결혼 생활 속에서 지은은 정우와의 설레는 만남을 가집니다. 급기야 혼자 남은 믿음이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립니다. 믿음이 외롭지 말라고 데려온 산새, 희망이만이 홀로 남아 이미 망가진 지은네를 지킵니다. 사랑은 돌아올 희망이라도 있지, 이미 사라져버린 믿음이 회복될 희망은 있는 것일까요?


천국을 맛본 자

늘 나를 외롭게 하던 창국과 너무나 다른 사람, 정우가 나타났습니다. 이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정우 역시 유학 시절 외로움 반, 동정심 반에 별 애정없이 결혼을 했습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배우자는 나와 너무나 다른 사람입니다. 정우에게 지은은 내 영혼의 동반자 같습니다. 이제 이 사람 없이는 못살 것만 같습니다. 둘은 서로에게 구원인 것이지요.
불륜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현재가 행복하다면 다른 사람에게 눈길이 갈 일도 없습니다. 현실이 불행하고, 결혼 생활은 내 마음과 다르게 흘러가고, 급기야 나의 결혼은 심사숙고없이 이루어졌던 실수였구나, 라고 판단 또는 기억 조작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다만, “별 사람 있겠어”, “사는 게 다 그런거지” 라는 나와의 타협 속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 조건이 적당히 맞는 사람을 짝으로 맞이했었던 것이지요.
그러다 이 사람을 만났습니다.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만난 것입니다. 불륜의 댓가는 너무나 잘 압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잃고, 사회적 평판도 잃고, 직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천국을 맛본 자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별 값어치 없게 느껴지지요. 세상이 내게 등 돌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등돌리면서 우리 둘만의 천국에서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상처받은 자들

지은과 정우, 당사자들이 무언가를 잃는 것은 그들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그들 곁에 있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 점, 그것이 바로 불륜이 비난받는 지점입니다. 열렬히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껴주려는 마음을 갖고 있던 창국이 상처를 받습니다. 지은을 딸처럼 여기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챙겨주던 시어머니도 상처를 받습니다. 사회적 성공이라는 허영이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민영이 상처를 받습니다.
“모든 것을 용서하마. 집에만 돌아와다오” 라는 창국의 태도와 달리, 민영은 아끼던 장난감을 빼앗긴 영악한 소녀처럼 행동합니다. 마치, 내 남편을 빼앗기는 것은 “지는 것”이니까 난 이기고야 말거야, 라는 태도.
창국도, 민영도 제 관점에서는 이해가 힘듭니다. 배우자의 마음이 그렇다는 걸 다 알면서, 볼 꼴 못볼 꼴을 다 봤으면서, 그렇게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혼남/이혼녀가 되는 게 두려운 걸까요? 내 것을 빼앗기지 않았으니 난 승리! 이러면서 마음은 딴 데 가 있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살 수 있는 것일까요? 이들에게 일어난 일들은 과연 회복가능한 사건이기나 한가요?


삶은 기나긴 여행

사는 게 별 것 있겠어?
남들도 다 그러고 살아.
사랑 타령 하고 앉아있네.. 부부는 자식 보고 정으로 사는 거지.

이런 생각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를 잠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니면, 지은의 표현에 의하면 “아직 천국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일 수도 있지요.

“삶은 기나긴 여행입니다. 어디를 여행하느냐보다는 누구와 여행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디에 사느냐보다는 누구와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라는 지은의 대사는 이 모든 번뇌 끝에 내린 결론이겠지요. 하지만, “이 긴 여정을 이미 함께 시작한 사람과, 어떻게 하면 즐겁게 여행을 마무리할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성숙한 여행자가 아닐까요?” 하는 질문을 지은에게 던지고 싶기도 합니다.

이제 2회 남았습니다.
소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영화 <남과 여> 처럼 도덕적 부담감에 한 쪽이 손을 놓아버릴까요?  <The Painted Veil>처럼 원래 배우자를 재발견하게 될까요? <밀애>, <English Patient>처럼 한 쪽이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실락원>처럼 자살을 택할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흘러 <Anomalisa>처럼 한 쪽이 권태를 느낄 수도 있고 <Before Sunset>을 거쳐 <Before Midnight>까지 가면서 둘은 건강한 새 출발을 할 수도 있지요.
무엇이 되었건 결말은 제게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잠시 쉼표를 찍으며 상념에 잠길 시간을 안겨준 이 드라마에 이미 감사하고 있으니까요.
 

3 댓글

딸아들아빠

2019-08-19 08:48:46

와이프가 요즘 이 드라마에 한창 빠져있어요. 글 올려줘서 감사하다고 답글 달래요.ㅎㅎ

windy

2019-08-19 09:21:01

이런 리뷰 넘 좋아요...

똥고집

2019-08-19 13:43:16

이 드라마는 9편부터 둘이 함께 잠을 자고나니까 재미가 없어지더라구요 김이 빠진 느낌이랄까?? ...그전까지 무척 짜릿??헸ㅛ는데..

목록

Page 1 / 3858
Stat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마적단의 기초 | 검색하기 + 질문 글 작성하기

| 정보 33
  • file
ReitnorF 2023-07-16 49389
  공지

게시판의 암묵적인 규칙들 (신규 회원 필독 요망)

| 필독 110
bn 2022-10-30 73231
  공지

리퍼럴 글은 사전동의 필요함 / 50불+ 리퍼럴 링크는 회원정보란으로

| 운영자공지 19
마일모아 2021-02-14 92292
  공지

게시판 필독 및 각종 카드/호텔/항공/은퇴/기타 정보 모음 (Updated on 2024-01-01)

| 정보 180
ReitnorF 2020-06-25 208376
updated 115737

안녕하세요 혼자 페인트칠 해보려고 하는데요.

| 질문-DIY 15
반짝반짝 2024-07-05 1723
updated 115736

인천출발 방콕, 코사무이 발권

| 후기-발권-예약 10
BeMyMelody 2024-01-12 1427
updated 115735

DFW 사시는 분들 Hickory Creek에 집 구매하기 어떤가요?

| 질문-기타 7
샌안준 2024-07-06 944
new 115734

40대 솔로들의 소심한 브라질 여행 -2. Foz do Igiaçu

| 여행기 3
  • file
Han 2024-07-07 339
updated 115733

아이와 함께한 파리 여행

| 후기 23
  • file
Lalala 2024-07-06 1222
updated 115732

테슬라 초중급용 팁

| 정보-기타 47
  • file
가을로 2024-03-04 8568
new 115731

시민권 시험에 관하여 질문드립니다.

| 질문-기타 4
영원토록 2024-07-07 295
new 115730

도쿄 주방용품 전문점 및 커피빈 추천

| 질문-여행 3
암벽등반가 2024-07-07 404
updated 115729

25개월 아기 여행용 카시트 추천부탁드립니다.

| 질문-기타 12
belle 2023-08-10 1287
updated 115728

전기차 리스 월 200불대 2024 아이오닉5

| 잡담 38
아보카도빵 2024-05-08 9718
new 115727

채권이 risk-free가 아니라고요? - 채권 포트폴리오에 대한 생각의 진화

| 정보-은퇴 1
  • file
luminis 2024-07-07 330
new 115726

AA 분리발권 시 꼬리 붙이기 아직 되나요?

| 질문-항공
미치마우스 2024-07-07 119
updated 115725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김포 입국하는데 last name이 틀려서 탑승 거부 당했습니다.

| 질문-항공 20
toyy3326 2024-07-05 3594
new 115724

트레이더조 베이글 시즈닝 인천 세관에서 걸림

| 정보-기타 4
  • file
책상 2024-07-07 1888
updated 115723

Amex Hilton 카드 NLL 오퍼 (일반, Surpass)

| 정보-카드 604
UR_Chaser 2023-08-31 68316
updated 115722

[2/4] 초보자 가이드 - 카드 관련 기초 질문 & 체이스/아멕스

| 정보-카드 114
shilph 2020-02-04 15058
updated 115721

아이와 함께한 여름의 콜로라도 6박 7일 여행기

| 여행기 7
  • file
HeyTraveler 2024-07-06 1056
updated 115720

부모님과 함께 한 부산 여행 (파크 하얏트 부산 마리나 스위트)

| 여행기 19
  • file
사라사 2022-09-15 3854
updated 115719

다시 금연

| 잡담 19
NQESFX 2024-07-06 2628
updated 115718

40대 솔로들의 소심한 브라질 여행 -1. Rio de Janeiro

| 여행기 20
  • file
Han 2024-07-06 1943
updated 115717

I94 travel histroy를 다른사람과 공유(?)

| 질문-여행 7
  • file
꼼수3단 2024-06-29 1620
updated 115716

체이스 잉크 비지니스 프리퍼드 100K -> 120K (업데이트: 타겟 오퍼 시작, Public offer 7:11?)

| 정보-카드 61
3EL 2024-06-16 9231
updated 115715

차고에 홈짐을 만들고싶은데 온도가 걱정입니다. 기계에 영향을 줄까요?

| 질문-기타 10
라따뚜이 2024-07-06 1956
updated 115714

Amex Platinum vs Chase Sapphire Reserve

| 질문-카드 7
LEOMODE 2024-07-05 1650
updated 115713

밴쿠버 출장갑니다. 홍콩에서 오는 동료와 대중교통 이용 한나절 볼거리 & 먹거리 추천 부탁드립니다

| 질문-여행 6
Aeris 2024-07-05 519
updated 115712

3월 마우이 & 오아후 - 힐튼 Ka La'i Waikiki Beach, LXR Hotels & Resorts 리뷰 (스압 주의)

| 여행기-하와이 11
  • file
삼대오백 2024-03-25 2494
new 115711

테슬라 파워쉐어 홈백업 얼마나 쓸모있을까요?

| 질문-기타 2
  • file
펑키플러싱 2024-07-06 641
updated 115710

[업데이트] AA 티켓 홀드는 몇 개까지 가능한가요?

| 질문-항공 4
미치마우스 2024-07-06 681
updated 115709

국민가수 아이유가 북미투어 옵니다

| 정보 227
  • file
ehdtkqorl123 2024-02-29 20289
updated 115708

(덕질 소개2) 책을내보자

| 잡담 30
코기토 2021-06-28 3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