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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왕 LINDA

달라스초이, 2023-02-07 04: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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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하는 가게를 인수할 때 전 주인이 한 사람을 가리키며,

이 가게의 Special 고객이니 잘 기억해 두라고 한 고객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LINDA.

50대 후반의 아줌마로 몸집이 좋고, 머리를 뒤로 당겨 묶었으며,

무게있는 목소리에선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LINDA는 복권왕이다.

매주 로또와 메가밀리언, 파워볼을 놓치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녀의 주무기는 Scratch Ticket (즉석복권) 이다.

전성기 시절 LINDA는 하루에 3번 가게에 들러,

한번에 평균 30불 이상씩 복권을 구매했다.

물론 대부분이 즉석복권이다.

그뿐인가, 틈틈이 스낵이며 음료수, 그리고 매일 담배 한 갑씩 사주니

매상을 톡특히 올리는 역할을 해준다.

 

거기다.... 그녀에겐 세 딸과 여동생이 있는데 엄마와 언니에게

영향을 받은 탓인지, 그녀들도 복권을 다량 구매하는 탓에

이 가족은 우리 가게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고객이다.

 

때로 주차장에 나가보면, 창문을 열어놓은 차안에서 입에는 담배하나를 꼬나물고,

긁는 복권에 열중하는 모습이라니....

그 포스와 아우라가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다.

더우기 오랜 복권의 경력이 말해주듯, 그녀의 당첨율은 일반인을 훨씬 상회해

높은 현금 환수율을 보인다.

 

서투른 하수 복권 플레이어들은 당첨이 안된 복권을 파킹랏 바닥에 

휙휙 던져버리기 일쑤이나,

LINDA는 단 한번도 그와같은 행위를 한 적이 없고,

당첨된 복권은 깨끗이 긁어와 플레이어로서 그 품격과 품위를 잃은 적이 없다.

또한 여려개의 복권을 한꺼번에 사면서도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내어

내가 정산하기 전에 정확한 금액을 암산해 낸다.

실로 그녀는 텍사스주 복권국에 추천해야 할 위대한 복권왕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내가 이 가게를 인수한지도 벌써 여럿해.

그녀와의 인연도 오랜시간이 흘렀다.

 

어느날 그녀의 딸로 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엄마가 암이라고...

다음날 가게를 다시 찾은 LINDA.. 나는 일부러 그녀의 병환과 관련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는 예의 그 품위를 잃지 않고 복권을 산다.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점차 LINDA의 머리숱이 없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날인가 머리를 빡빡 민 채로 가게에 나타났다.

그녀의 몸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는 말을 안해도 이해가 가는 바였다.

 

그녀가 가게를 찾는 횟수가 하루 한번에서, 이틀에 한번으로 바뀌더니,

사나흘에 한번씩으로 바뀌었다.

어느날 부터인가는 그 손녀딸이 할머니가 불러주신 복권을 적어와 복권을 사기 시작했다.

 

급기야 오늘은 손녀딸이 와서는 내게 전화기를 건넨다.

영상통화로 연결된 화면에는 야위어 보이는 LINDA가 누워있다.

"John, 미안하다. 더 이상 걷지를 못한다. 내게 새로 나온 복권을 화면에 비춰줘"

전화기 화면을 새로 나온 복권을 향해 비춰주는데,

내 맘이 아~릿해 온다.

복권을 손녀딸에게 쥐어준 뒤에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데....

 

왜 아~릿했을까?

LINDA는 단지 내 손님일 뿐이고, 난 장사치일뿐인데...

24 댓글

미니멀라이프

2023-02-07 05:01:46

 아... 달라스 초이님 글은 언제나 심금을 울려요...ㅜㅜ

암므느

2023-02-07 05:10:59

와...역시 그림이 그려지는 달라스초이님의 이야기.. 찡하네요. 여운이 있는 글 감사합니다!

쭈욱

2023-02-07 05:13:18

늘 감사하게 읽고있습니다. 글 뒷편의 이야기 까지 들리는듯하네요. 린다가 언제그랬냐는듯 회복해서 또 매일 직접 가게에 들러주길 바래봅니다.

나도가자

2023-02-07 05:15:01

암므느님 댓글에 공감 100프로 입니다.

달라스 초이님은 작가를 하셨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항상 여운이 남는글 감사합니다.

erestu17

2023-02-07 05:15:23

당첨이 되서 해피엔딩이길 바랬는데 생각해보니 암이 완치가 안되면 소용이 없는 일이네요. 건강이 최고라는 교훈을 얻게됩니다.

비건e

2023-02-07 05:20:40

그냥 너무 슬퍼요 ㅜㅜ

프리

2023-02-07 05:21:11

무사히 항암 마치고 다시 웃으면서 오는 린다를 만나실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이랑아빠

2023-02-07 05:24:04

제가 초등학생이었더라면... 이 짧은 단막 영화 한 편을 보고... 자본주의 싫어요! 사행심 부추기는 복권 싫어요! 라고 외치면서 엉엉 울었을 것 같아요...

낮은마음

2023-02-07 05:26:36

제법 큰 액수의 복권이 담청되어 암투병하는 본인과 간호하는 가족들 그리고 달라스 초이님이 기뻐하는 글을 기다려봅니다.

로녹

2023-02-07 05:37:13

글 감사합니다. 전 그 분이 나으시는 것이 현실적인 바람이라 생각이 들지 않지만, 달라스초이님의 시선과 기억이 린다님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린다와 초이님을 모르는 제게도 이 글이 따뜻함을 전해주는데... 린다가 이 글을 읽을 수 있으면, 지금 놓여진 힘든 상황에서 힘과 위로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잭팟유저

2023-02-07 05:59:16

글 읽어 내려가면서 린다 아줌마가 잭팟이 터졌음했는데 아쉽네요.

 

오늘도우리는그냥go

2023-02-07 06:20:42

"난 장사치일뿐인데...."

항상 삶을 잠시나마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글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Inyourarms

2023-02-07 07:31:18

올려주시는 글 하나하나.... 머지않아 수필집으로 엮어져 나올 거 같아요. 달라스(레이오버외에 하하)에 가본적도 없는 제 마음속에도 Linda를 심어주셨네요..

타이타이

2023-02-07 07:47:37

복권 파실게 아니라.. 수필집 쓰셔야 하는것 아닌가요.. 긴 글 읽는것을 별로 좋아하지않는데.. 달라스초이님 글은 정말 술술 읽히네요. 린다 아주머니 힘내시길.. ㅠㅠ 

솔담

2023-02-07 09:19:04

린다님과 복권은 뗄 수 없는 관계였네요. 그 중간을 이어주시는 달라스초이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나 잘 느껴집니다.

어느 누군가에게 즐겁고 행복했던 한 순간에 함께 하였다는 사실로 위안삼으시길 바래요. 손님과 가게업주를 넘어서 이미 두분은 좋은 친구셨네요. 이또한 부럽습니다 

두비둡

2023-02-07 09:44:28

무엇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상이 복권이어서 신기해하면서 읽었습니다 정말 수필집을 하나 쓰셔도 되겠네요 뭔가 방방이 깍는 노인 느낌이ㅎ 그런데 아무리 환수율이 높아도 계속 산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전 몇 번 사다가도 매번 꽝이라 본전 생각이 나던데... ㅡㅡ;

에리쿠냥

2023-02-07 10:00:17

오늘 파워볼 2등이 텍사스에서 나왔네요. LINDA님이 당첨되셨기를 ㅋ

reddragon

2023-02-07 11:11:29

복권관련 재미난 이야기를 기대하다가 병상에 누워 영상통화를 마지막으로 하던 가족이 생각이 나서 순간 울컥했네요. 그저 달라스초이님과 가족분들 포함 정성어린글읽는 모든분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오하이오

2023-02-07 16:23:38

지금까지 딱 한번 복권을 사봤을 정도로 복권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관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부정적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릴때 매주 주택복권을 사시던 아버지 영향이 컸습니다. 발표 뒤 낙담과 실망의 표정보다는 사서 한주간 희망을 품으셨을 아버지 얼굴이었다면 제 생각이 좀 바뀌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라고 짐작만 합니다만, 오늘 '린다' 아주머니를 보면서는 제 생각이 확실히 바뀌네요. 린다 아주머니의 복권 생활을 응원합니다. 모쪼록 잘 회복하셔서 좋아하는 복권, 예전 처럼 직접 사러오실 수 있길 기원합니다. 

storyteller

2023-02-07 17:34:52

우리에겐 희망이 삶의 원동력이 되는데 그 희망의 대상은 다 다른것 같아요. 재물, 진급, 학위, 자식의 성공, 신앙 등등. 어느 희망이 좋고 안 좋고 moral judgment 를 떠나서 복권을 희망에 두고 일상에서 힘을 얻었던 그리고 이제 죽음의 가능성을 맞아서도 그것을 붙들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을 보고 마음이 뭉클합니다. 아마 저도 제가 붙들고 사는 희망이 어느 사람에게는 부질 없이 보이겠지요. 알면서도 붙들고 있는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겠죠. 인간이니까. 

달라스초이

2023-02-07 21:28:25

다른 여러분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히 읽었습니다. storyteller님은 닉에서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 댓글또한 풍성하게 적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아~릿했던것도 인간의 본연의 모습을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Monica

2023-02-07 18:20:51

이런 이야기들 모아서 책 하나 내심...

힐링

2023-02-07 22:18:01

동감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모으다 보면 책내셔도 될듯해요.. 달라스님의 글은 읽을때마다 마음에 여운이 많이 남네요. 

지구별하숙생

2023-02-07 19:48:24

저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로또를 구입하는, 그것도 적지않은 금액을 쓰는 형과 아버지가 있는데 이상하게 저는 복권에 관심이 가질 않더군요. 저 역시 꼬박꼬박 복권 사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누군가 복권은 만원으로 일주일간의 행복을 사는거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만원으로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기대감과 행복을 사는거라면 그것도 괜찮겠다 싶더군요. 80세가 훌쩍 넘어 역전할 시간조차 없어보이는 우리 아버지도 매주 인생역전 로또를 사러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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