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카를 예약했는데 차가 없다면?

겨우살이 2015.09.09 04:58:20


지난 노동절 주말에 베가스에 가기 위해 레비뉴 티켓으로 발권했습니다. 똑같은 항공편인데 프론티어 홈페이지와 cheapoair 홈페이지의 가격이 다르길래 편도로 분리해서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출발 하루전에 cheapoair에서 내일 "로스엔젤레스"로 가는 비행기 출발한다고 메일이 오더라구요. 처음에는 시스템 이상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제가 LAS가 아니라 LAX를 입력했던 모양이더라구요.. 그래서 프론티어와 cheapoair의 가격이 달랐던거죠. 저는 그게 단순한 시스템 오류인줄 알았는데.. 여튼 그래서 출발은 로스엔젤레스로, 돌아오는것은 라스베가스라는 이상한 여정이 되어버렸고... 결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원웨이 렌탈을 해서 라스베가스로 가기로 했습니다.


출발 하루전이라서 그런지 렌트카가 다들 비싸고.. autoslash에서 최저가로 주는 가격이 1night에 300불이더라구요. 그래서 회사 요금으로 내셔널에 직접 쳐 보니 약 100불 정도로 어느곳보다 쌌고 이번에 아멕스 플랫 받은것으로 executive tier가 되어서 mid size가격으로 full size 이상을 빌릴 수 있길래 예약을 하고 "confirm" 메일을 받았습니다.


밤 11시 반쯤에 라스베가스가 아닌 로스엔젤레스에 ... (헛웃음이 나오더라구요.. 그래도 누굴 탓해야겠습니까..) 도착을 해서 내셔널로 갔습니다. executive aisle에서 원하는 차를 골라서 픽업해서 가면 된다길래 바로 lot으로 갔는데... 20여명의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고... 조금 더 들어가보니 lot에 차가 단 1대도 없었습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일단 이름을 쓰라네요, 제가 24번째인데 지금 차가 없답니다. 자기들 시스템이 오버북했고 모든 차가 나갔답니다. 아~ 아무래도 노동절 주말이니까 사람들이 많아서.. 그럼 다른 location에서 차가 언제오느냐고 물었더니 그게 아니라 누군가가 리턴하는 그 차를 내주는거라고 합니다. 허허...


그때 저 멀리서 방금 세차를 마치고 물을 떨어뜨리면서 소나타 한대가 들어옵니다. 어떤 사람이 환호를 지르면서 드디어 떠난다고 그 차를 향해 달려갑니다. 옆에 사람에게 물어보니 1시간 반정도 기다렸다고 합니다. 하하.. 저사람이 1시간 반이면 난 얼마정도 기다려야할지 계산을 대 봅니다. 그래도 2시간정도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 순간 어떤 한 커플이 12인승 밴 (아시죠 흰색 닷지 밴...)을 타고 갑니다. 아, 그냥 닥치는대로 타고가는겁니다. 그 다음에 들어오는차는 픽업트럭입니다. 그 사람이 무슨 차를 예약했든지간에 그냥 타고 가는겁니다. 뭔가 복불복 게임같은 느낌이라 재미는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저 입구에서 튀어나오는 내 차는 무엇일까.. 하는거요)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30분정도 기다렸습니다. 스테이션매니저 뱃지를 달고있던 리스트를 갖고 이름을 적어두던 직원은 소리소문없이 집에 가버렸고 아무 힘도 없는 직원 두명이서 계속 밀려오는 사람들의 이름을 받아 적고 있습니다. 네, 그때도 공항에는 많은 사람들이 도착하고 있었고 그들 모두 자신이 예약한 렌트카가 없다는 사실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이쯤되니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전히 밴을 타고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20대정도 밴이 있었는데 밴을 타겠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순서 상관없이 내줬던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럴줄알았으면 저도 밴을 탈걸 그랬습니다. 왜냐구요? 새벽 2시까지 차를 타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줍니다. 새벽 4시까지 들어오는 차가 1대이고 6시까지 들어오는차가 4대인데 이 차들을 알라모, 엔터프라이즈, 내셔널이 돌아가면서 받기로 되어있답니다. 제 앞에 있는 사람들 수가 어림잡아 10명은 넘고, 이 계산대로라면 난 새벽6시가 되도 차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도대체 뭐라도 해 보라고 하지만 직원들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고 지금 달러든 어디든 다들 차가 없다면서 저기 밑에 알라모를 보라고 거기도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 실제로 주차장 바닥에 그냥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리스트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대하면서요. 근데 어쩌죠? 스테이션 메니저에게 리스트를 받았던 직원도 집에 가버렸습니다. 네, 아무 직원도 없이 (물론 데스크에 한명은 있었겠죠 하지만 lot에 기다리던 사람들을 그냥 두고 다 떠나버렸습니다..) 우리는 차 나오는 구멍만 보고 있었습니다. 새벽 2시 반쯤이 되었고 그때 저 멀리서 픽업트럭 한대가 나타납니다. 네, 4시쯤에 반납한다는 그 사람차가 지금 온거죠. 한 부부는 그래도 차가 왔다며 기뻐하고 타고 갑니다. 미주리에서 왔다는 한 아줌마는 자기한테 class A CDL이 있으니 저 버스라도 운전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럼 여기 있는사람들 다 실어 줄텐데라고 합니다. 저는 에어콘도 필요없으니 바퀴 4개랑 휠이랑 브레이크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 이렇게 즐거운 대화를 하며 웃었지만.. 그래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게 왠 날벼락일까요.. 이제 30그룹쯤 되던 사람들은 4그룹으로 줄었습니다. 그냥 차라리 노숙을 하고 아침에 떠나겠다는거겠지요.


그때, 저 멀리서 또 소나타 한대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못보던 직원입니다. 자기 shift라서 와 봤더니 이런 상황이라서 다른 lot에 있는 차까지 20분동안 걷고 뛰어가서 차를 가져왔답니다. 스테이션 매니저보다 그냥 직원이 훨씬 낫습니다. 우리를 보더니 일단 3대정도는 더 가져올 수 있을것 같다며 뛰어갑니다. 건물 안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뛰어나올까봐 크게는 못지르고 우리 모두 함께 이 기쁨?을 공유했습니다. 



결국 저는 4시간이 넘는 기다림끝에 로스엔젤레스 공항을 새벽 3시 반쯤에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suit case를 넣으려고 트렁크 버튼을 눌렀는데 열리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냥 뒷자리에 싣고 탈출했습니다... ㅜㅜ



비행기나 호텔에서 오버북 되었다는 소식은 크게 나쁜 소식은 아닙니다. 물론 정해진 여정이 이것때문에 바뀐다면 나쁘겠지만 보통은 내가 예약한것보다 더 높은 클래스의 서비스나 방을 받을 수 있는 여지니깐요. 하지만 렌트카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추운 바닥에서 suitcase를 깔고 그 위에 앉아 기다릴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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