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화려한 조명이 사라진 홍콩섬은 사흘 내내 구름에 깔려있었다.
전날 미리 준비한 빵과 초밥으로 아침 식사를 때웠다.
이틀 내내 과일을 내줬는데 같이 있던 처음 보고 먹어본 과일, 맛이 있다고는 말 못하겠다.
아침 혼자 약국에 간 김에 구경한 시내. 명품 가방이 명화를 덮어 썼다.
제푸쿤스의 디자인이란다. 제 아무리 뛰어났던 다빈치도 죽어 살아 있는 작가에게 먹힌 듯 했다.
고흐에 다빈치만이 아니라, 루벤스도 갇혔다.
프라고나르도. 이 모두를 먹어버린 산 작가 제푸쿤스는 다시 기업에 먹힌 먹이사슬 같다.
역시나 홍콩의 공사장에는 대나무 '아시바'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대나무 아시바의 원조란다. 100년도 넘었단다.
고층 빌딩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날 걸어 다니다 질려 선듯 호텔을 나가지 못하고 뭉기적 거렸다. 1, 2호는 스파로.
덥고 습했다. 언제나 야외에서 물놀이를 할수 있는 것 말고는 반갑지 않았다.
엄마와 둘이서만 식사를 하고 돌아온 2호가 합류했다.
서비스로 받은 음료 석잔, 2호 눈엔 이게 먼저 보였는지 뭔지도 모르면서 먹고 싶단다.
물놀이 마치고 돌아가는 1, 2,, 3호 뒷모습을 보니 흐믓하다.
호텔서 체크아웃하고 페리를 타러 갔지만 쇼핑 먼저 해야 했다.
다음 배가 매진이란다. 다다음 배를 정가보다 비싸게 샀다. 나중에 보니 한켠에선 정가에 다음배를 팔고 있었다.
속았다 싶지만 환불도 안되고. 늘어난 대기 시간을 쇼핑몰 구경에 썼다.
까마귀 같은 아이들. 반짝거리는 것만 보면 창가로 달려갔다.
지친 팔다리에 힘을 주는 하드.
1, 2, 3호에게 발로 하는 가위바위보를 알려줬다. 재밌다고 한동안 폴짝폴짝 뛰었다.
그렇게 2시간 30분을 보내고 페리를 타러 간다.
바다가 코 앞에 보이는 탑승장에서
우리에게, 아니 나에겐 페리 트라우마가 있는지 대기중인 페리를 보고 잠시 찔끔했다.
자릴 잡고 시간 시간 때울 준비를 하는 1, 2호.
3호의 멍한 눈, 저건 십중팔구....
배가 출발하고 출렁거리며 창가에 바닷물이 몇번 튀었다.
그러자 이내 잠들어 버린 1, 2 ,3호.
도착했다. 잠이 덜 깬 채로 내린 3호.
마카오다.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탔다. 호텔버스 어찌나 많던지 대중교통을 대체한 듯했다.
호텔건물에 내려서 호텔을 찾아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서너개의 호텔이 연결되 있었다.
에정 보다 늦은 시간에 호텔방에 올라와 둘러봤다. 홍콩에서 와 다른 풍경일 뿐 보고 또 보고 싶은 풍경은 아니었다.
방은 좋았다. 예약한 방과 달리 스위트룸을 받았다. 또 다섯명 모두 라운지를 이용해도 좋단다. (이게 웬 떡인가 했다.)
클럽라운지가 11시까지 연다길래 요기나 할까 싶어 올라 갔다. 그런데 식당은 닫고 '라운지'만 열려있었다.
직원이 음료 정도는 주문받아 내주겠다고 해서 신세를 졌다. 있던 과일과 쿠키로 요기.
넉넉하진 않지만 더위와 허기를 기분 좋게 달래고 나서 객실 복도에서.
나와 달리 아이들은 방의 크기와 만족도가 비례하진 않는다.
그 만족도를 일차적으로 좌우하는 건 티비 프로그램.
티비 보는 아이들을 두고 호텔방을 둘러 보니,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 왔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렸다.
*
홍콩서 마카오 가는 페리를 탈 때는 많이 황당했습니다.
사무실 앞에서는 개인이 암표도 팔고 있었는데
이동전 페리는 자리도 넉넉하고 해서
미리 예약할 필요는 없다고해서 갔지만
생각지도 않게 표를 잘 못 사서 이동 시간이 확 늘어 났습니다.
그게 다음 호텔서 받은 업그레이드 호사를
더 일찍 누리지 못해서 더 안타깝기도 했고요.
그래도 여러모로 기분 좋게 시작한 마카오였습니다.